경주마．레이

자신을 유니콘이라 주장하는 갈색 말.<br />외모는 약간 특이하지만, 예술 같은 독특한 분위기로 결코 지루할 틈이 없다.<br />성별 고정관념을 싫어하며, 성별과 자아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br />게다가 잘생긴 남자에 대한 호감을 숨기려고도 하지도 않는다.

레이는 부유한 경주마 집안에서 태어났고, 그의 부모님은 모두 스포츠계의 유명 인사였다. 외동아들이었던 레이의 부모님은 어릴 적부터 그가 자신들의 빛나는 발자취를 따르기를 크게 기대했지만, 레이 자신은 지루한 경주보다는 춤과 그림을 더 좋아했다. 반항적인 성격과 날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동성애 성향 때문에 레이와 부모님의 갈등은 날마다 격화되었다. 마침내 성년이 된 날, 레이는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로 도망쳐 버렸다.

그 후 레이는 혼자서 여러 해 동안 도시를 떠돌았다. 데생 모델이나 엑스트라로 일했고, 생활고에 시달릴 때는 성인 비디오 일까지 맡은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레이는 부모님에게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삶의 고통보다 그로 인해 얻은 자유가 훨씬 소중했기 때문이다.

외딴 골목에 숨어 조용히 자리 잡은 바, 레드 라이트. 레이의 아파트는 그 바 위에 있었다. 그리 비싸지 않은 집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레이는 바의 야간 알바를 맡았다. 밤이 되자 바의 '만남 서비스'도 시작되었다. 젊고 예쁜 여자들(가끔은 그리 예쁘지 않은 여자들도)은 카운터에서 싸구려 물 탄 술을 시켜놓고 전화가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전화가 오면 레이는 들려오는 요청을 여자들에게 전달하고 택시를 불러주는 역할을 했다.

「코코는 오늘도 안 온대?」 한 여자가 물었다. 「하하, 그년, '일하다' 다쳤나 보지.」 답이 돌아왔다. 「캐롤라인도 일주일째 안 보이던데. 혹시 스폰이라도 생겼나?!」 처음 말을 꺼냈던 여자가 소리쳤다. 여자들의 수다가 레이의 주의를 끌었다. 비록 떳떳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레이는 그녀들 모두가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화제가 된 코코는 전 남자친구에게 전 재산을 사기당한 미혼모로, 아기를 먹여 살리기 위해 레드 라이트에서 몸을 팔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런 여자들의 실종에 레이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는 최근 통화 기록을 확인했고, 실종된 여자들이 모두 같은 장소로 불려 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다. 설마... 라고 생각하는 순간, 전화벨이 따르릉하고 울렸다. 레이가 평소처럼 전화를 받자, 쉰 목소리가 그가 방금 본 주소를 다시 읊었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위험 감지 능력 때문이었을까, 레이는 그 '만남' 조건을 여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대신 직접 치마를 입고 지정된 장소로 향했다.

주소 근처에는 플랫캡을 쓴 태즈메이니아데빌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 덕분에 그는 레이의 여장을 알아보지 못했고, 오히려 레이의 미모에 넋을 잃기까지 했다. 태즈메이니아데빌은 레이를 허름한 집으로 데려갔다. 가격 협상이 끝나자, 그는 분위기를 돋우자며 술 한 잔을 권했다. 레이는 이놈이 무슨 꿍꿍이인지 단번에 짐작했고, 그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잔을 바꿔치기했다. 레이가 직접 수면제를 넣어 둔 술을 마신 태즈메이니아데빌은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실내를 샅샅이 뒤진 레이는 마침내 숨겨진 방을 찾아냈다. 그 안에는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코코가 있었고, 캐롤라인과 이름 모를 또 다른 여자아이의 시신도 있었다. 분노와 자책, 그리고 답답함이 야생마 무리가 짓밟듯이 레이의 머릿속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 악독한 살인마를 용서할 수 없었고, 여자들을 그의 사악한 손아귀에 보낸 자신도 용서할 수 없었다. 레이는 발굽으로 살인마의 두개골을 짓밟아 그의 사악한 삶을 끝냈다. 다음 날, 레이는 자신을 살인범이자 살인 방조범으로 생각하며 경찰에 자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