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무소 내에서 가장 키가 큰 이 기린의 본업은 뜻밖에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키 때문에 선입견을 갖는 것을 싫어하는 지미는 스포츠 활동에 거부감을 느낀다. 대화를 해보면 여자와 도박이 취미인 듯하며, 기술계 엘리트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를 풍긴다.
대형 IT 회사에 다니던 지미는 유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스릴 없는 생활에 점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미는 미팅에서 섹시하고 쾌활한 영양 켈리를 만나 단숨에 뜨거운 커플이 되었다. 얼마 후 지미는 켈리의 권유로 지인들의 도박판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둘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판돈도 점점 더 커져 갔다. 결국 어느 날 충동적으로 모든 것을 건 후, 지미는 엄청난 액수의 빚을 지게 되었다. 그때 천사 같던 켈리는 마침내 정체를 드러냈는데, 그 정체는 라이벌 회사의 지시로 지미를 유혹하고 조종하기 위해 온 산업 스파이였다. 거액의 빚을 지게 된 지미는 저항할 방법이 없었고, 순순히 회사의 기밀 자료를 팔아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의 전개는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자료 유출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로드사는 내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미의 죄상을 금세 밝혀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지미가 이곳에 수감된 지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역시나 똑똑한 지미는 자신의 죄상이 언젠가는 회사에 발각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감되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해두었다. 회사 시스템에 정통했던 지미는 해당 소프트웨어에 눈에 띄지 않는 백도어를 심어 놓았다. 덕분에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에서 결제한 금액 중, 소수점 이하 둘째 자리까지의 부분은 비밀리에 지미의 계좌로 입금되고 있다. 형무소에 있으면서도 돈 걱정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돈나무에 최근 문제가 생긴 듯, 며칠 전부터 그의 비밀 계좌로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예전 동료에게 전화로 확인해 보니, 로드사는 얼마 전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업데이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지미가 심어 놓은 백도어도 무효화된 것이다. 수입원을 잃고 다른 수감자들처럼 가난하게 사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 지미는 저금한 돈이 바닥나기 전에 백도어를 되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