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스라소니. 다른 맹수들과는 달리, 온몸에서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자신과 매혹적인 콤비가 되어, 교도소 직원이나 다른 수감자들을 유혹함으로써 교도소에서의 지위를 확립하자고 제안했다. 그 제안에는 아직 동의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고아원에서 자란 크리스는, 그 뛰어난 용모를 인정받아, 공연으로 그곳을 방문한 원더러스트 극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같은 시기에 입단한 사람들 중에는 크리스보다 2살 연상의 표범 남자아이, 잭도 있었다. 극단에 갓 들어왔을 때, 내성적인 크리스는 다른 단원들에게 자주 괴롭힘을 당했지만, 잭은 늘 그런 크리스를 도와주었다. 그렇게 크리스는 조금씩 잭에게 의존하기 시작했고, 나아가 다른 감정들도 싹트기 시작했다.
서로 젊은이들끼리, 공연 후에는 매번 맥주를 잔뜩 마시고는 취한 기세로 허풍을 떨었다. 크리스는 가끔 잭에게 몸을 기대고 그 음정 나간 하모니카 연주를 듣기도 했다. 시간은 흘러, 어렸던 그들은 크게 자랐다. 나이 든 단장은 어느 날 갑자기 은퇴를 선언했고, 딸 애니의 약혼자가 그 뒤를 잇는다고 했다. 단장의 사랑스러운 딸과 결혼할 놈이 누구일까 하고 크리스가 호기심을 느낀 그때, 단상에 올라온 잭이 애니의 손을 잡았다.
크리스는 배신당한 기분이 들어, 몰래 잭에게 따져 물었다. 그런데 잭은 아주 오래전부터 애니와 사랑하여 미래를 약속한 사이였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크리스와의 관계는 「그저 착각」이었다고.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는 말했다. 잭은 지금까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분명한 말을 전혀 하지 않았고, 우정과 애정은 확실히 혼동하기 쉬운 점이 있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 크리스는 모든 추억을 남겨두고 극단을 떠났다.
극단을 떠난 후, 크리스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졌다. 잭을 잃음으로써 생긴 상처가 너무 깊어, 아물지 않는 흔적을 남겨버렸다. 크리스는 자신의 용모를 무기로 삼아 감정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소녀를 속이기도 했고, 저열한 색골 영감을 유혹하기도 했다. 그런 쓸모없는 나날을 몇 년 동안 보낸 후, 어느 날 크리스는 쇼윈도에 붙어 있는 원더러스트 극단의 공연 포스터를 발견했다.
「다시 이 마을로 돌아온 건가?」 잭을 향한 마음이 아직 남아있던 탓인지, 크리스는 공연 티켓을 샀다. 연극 중간에 크리스는 그리우면서도 낯선 무대 뒤로 왔다. 멀리서라도 잭의 모습을 한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장실에 펼쳐진 광경은 크리스를 몹시 놀라게 했다.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중년이 되어 살찐 잭은 억지로 젊은 남성 배우를 책상에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역시 「그저 착각」으로 넘어갈 수 없다! 그때 자신을 지켜주었던 영웅은, 그저 거짓말쟁이 망나니였다니!<br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분노에 휩싸인 크리스는 마침 근처에 있던 무대 소품 배신자의 검을 움켜쥐고 단장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