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모습을 한 이구아나 아종. 교도소에 오기 전에는 제법 유명한 화가였다고 하며, 당신을 만나고는 그림 모델이 되어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 신작의 구상을 들어보니, 공포와 혐오가 다시금 밀려왔다. 그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처참한 죽음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픽맨은 아주 역사가 오래된 일족에게서 태어났다. 그 자신에 따르면, 어떤 고대 소왕국의 귀족 후예였다고 한다. 하지만 고조부 대에 역병이 돌았기 때문에, 온 가족이 이 나라로 이주해 왔다고 한다. 노스포인트에는 선조가 지은 서양식 저택이 있는데, 당시부터 세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픽맨은 청년 시절부터 비할 데 없는 회화적 재능을 드러냈다. 집에 있던 기괴한 오브제를 바탕으로 수많은 초현실적이고, 기괴하고, 사이키델릭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이 독특한 작품들은 뒷골목 미술계에서는 큰 화제를 불러왔지만, 정통파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는 그것들을 전시하려는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주류 미술 잡지 『이젤』에서는 「영혼 없는 모방과 재주 없는 화제성 만들기」라고 평했다.
주류 미술계의 오만함은 픽맨을 자극했다. 「쉬이익, 내 작품이 모방이고 영혼이 없다고 한다면, 원하는 대로 영혼 있는 것을 그려 주마.」
1년 후, 픽맨은 저택의 지하를 개조하여 프라이빗 갤러리로 개방했다. 개방 초기에는 미술계에서는 전혀 화제를 불러오지 못했고, 오히려 자극을 좇는 젊은이들이 자주 찾아왔다. 이 갤러리의 그림은 카니발의 호러 하우스보다 10배 이상 스릴을 맛볼 수 있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 안에 전시된 『지옥의 만찬』이라는 악몽 같은 광경을 그린 대표작에는, 몇몇 비틀리고 더러운 몬스터들이 가엾은 먹이를 흡수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 주변에는 처참하게 찢긴 옷과 금이 간 안경이 피범벅이 되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그 광경은 모독적인 의식처럼 혼란과 질서로 가득했다.
픽맨 갤러리의 인기가 날마다 높아짐에 따라, 미술계의 감상자들도 늘어났다. 어느 날, 『이젤』의 두 편집자는 마침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신분을 숨긴 채 픽맨의 『지옥의 만찬』을 보러 왔다. 젊은 편집자는 그림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독촉을 피해 자취를 감춘 편집장도 이 그림을 보면 분명 그 신랄한 평가를 철회할 거예요. 무서운 그림이지만, 생생해서 도저히 상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네요.」
젊은 편집자는 옆에 있는 선배도 그림에 대해 비슷하게 열정적인 평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 선배는 몸을 떨며 입을 열었다. 「에-엘리엇, 나... 나 저 안경 알아... 그-그림에 있는 안경 말이야... 저-저거 국장님 안경이야. 봐! 테에 국장님 이름도 새겨져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