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등껍질을 짊어진 거북. 꽤나 고령으로 보이지만, 거북의 수명은 상식으로 판단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성격은 친근하지만, 말하는 속도가 매우 느린 데다, 이상한 곳에서 숨을 고르는 버릇이 있어서, 대화만으로도 정신이 피폐해진다. 바위 같은 인내력이 없다면, 섣불리 말을 걸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윌리엄은 줄곧 트럭 운전사를 했다. 그가 꽤 나이를 먹었을 무렵, 일하던 중 주유소에서 일하던 린다라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났고, 그 등껍질에 있는 섹시한 무늬에 마음을 빼앗겼다. 두 사람은 곧 연인이 되어 딸 조안나가 태어났다.
일 때문에 좀처럼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윌리엄은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도 적었다. 그가 겨우 퇴직을 결정했을 때, 조안나는 이미 소녀로 성장해 있었다. 세대 차이가 커서, 부녀간의 유대도 희박했기 때문에, 퇴직 후의 윌리엄은 딸과 잘 지내지 못했고, 매일 싸움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윌리엄이 셸리스 드레스를 입고 학교 프롬에 참가하려던 조안나를 엄하게 꾸짖자, 조안나는 분노와 함께 집에서 뛰쳐나갔다.
화가 풀리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윌리엄이었지만, 그럼에도 다음 날, 조안나의 친구들에게 상황을 묻기 위해 전화했다. 하지만 조안나는 어젯밤 누구의 집에도 묵지 않았다고 했다... 딸이 행방불명되자, 윌리엄은 평정심을 잃었다. 마을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하고, 운전사 동료들에게도 조안나 수색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린다는 걱정으로 눈물에 잠겼고, 윌리엄도 엄하게 꾸짖었던 자신을 계속 책망했다. 두 사람이 희망을 잃어가던 때, 수색을 도와주던 운전자 중 한 명이 중대한 정보를 전해 주었다. 셸리스 드레스를 입은 거북 소녀가 공원 옆 길에서 차에 타는 것을 본 노숙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윌리엄은 즉시 경찰에 알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조안나를 납치한 용의자를 특정했다. 직무 태만으로 해고된 지 얼마 안 된 학교 경비원 볼프강이었다. 경찰은 즉시 볼프강의 집으로 향해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그리고 캄캄한 지하실에서 조안나를 구출했다.
지옥 같았던 일주일은 조안나의 마음을 부숴버렸다. 그녀는 누구와도 말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등껍질에 틀어박히게 되었다. 딸에게 일어난 비극은 윌리엄의 마음을 찢어 놓았다. 볼프강의 악마 같은 소행을 증오함과 동시에, 아버지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자신 또한 증오했다.
얼마 후, 재판이 열렸다.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었기 때문에, 볼프강은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판결이 내려져도, 그 쓰레기 같은 녀석은 사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안나에게 모욕적인 말을 퍼붓고, 윌리엄을 무능하다고 조롱했다.
태양이 내리쬐는 가운데, 볼프강을 태운 호송차는 형무소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대형 트럭이 길가에서 튀어나와 호송차를 뒤집어 버렸다! 이어서 습격자는 간수가 가지고 있던 열쇠를 찾아내어, 볼프강을 호송차 밖으로 끌어냈다. 충격에서 깨어난 볼프강이 눈을 뜨자, 눈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거북의 등껍질이었다. 「네가 갈 곳은... 형무소가 아니야... 너 같은 쓰레기에게는... 지옥이... 어울린다!」
엔진에 불이 들어오고, 클랙슨 소리가 울려 퍼진다! 트럭의 바퀴는 한 아버지의 분노에 이끌리는 대로, 볼프강의 공포에 가득 찬 얼굴을 짓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