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상처럼 굳건한 육체를 가진 코뿔소. 형무소처럼 덩치 큰 죄수들로 가득한 환경에서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체격의 소유자다. 입만 열면 근육과 보디빌딩 이야기뿐이며, 마른 남자들은 모두 「나약한 녀석」이라고 한다. 늘 프로틴 음료를 가지고 다니며, 좋아하는 여가 활동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바벨과 씨름하는 것이다.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에반은 어릴 적부터 보디빌딩에 푹 빠져 살았다. 코뿔소라는 타고난 신체적 이점을 살려 이내 지역 보디빌딩 챔피언이 되었다. 이후 대도시로 눈을 돌렸으나, 유명 대회에서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되고 말았다. 에반은 상대방의 계략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가혹한 출전 금지 처분을 받게 되었고 그의 보디빌딩 여정은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더 이상 운동선수가 아니게 된 그는 경호원 겸 운전수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상사는 온갖 수상한 사업에 손을 대는 기회주의자였고, 에반의 일은 그의 수많은 정부 중 한 명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름답지만 우울한 카나리아 같은 여자였다. 젊지는 않았지만 성숙한 매력이 가득했다. 그녀는 좀처럼 웃지 않았고, 특히 상사가 자신을 보러 올 때는 더욱 그랬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에반에게 자신이 상사의 곁에 머무는 이유가 그의 협박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젊은 시절 투자 실패로 인해 상사에게 약점을 잡혔고, 그때부터 그녀는 그저 우리에 갇힌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것에 무감각해졌다고 했다.
아마도 동정심이었을지도, 혹은 인생의 고통을 겪은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이었을지도, 아니면 희망적인 생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에반은 그녀를 돕기로 결심했다. 그는 상사를 납치하여 약점이 되는 자료들을 파기하도록 강요했고, 그 쓰레기 같은 놈을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팼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에반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 약점이 되는 자료가 없어지자 카나리아는 마침내 자유를 얻었지만, 에반은 감옥행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그러나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어차피 운명이 그에게 무대 위에서 근육의 아름다움을 뽐낼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적어도 자신의 힘을 사용하여 아름다운 무언가가 우리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