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형제시여. 아버지의 전당에 온 것을 환영한다.」
당신이 전형적인 신부를 떠올린다면, 앤더슨은 그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늘 말씨에 신경 쓰는 콜리, 그보다 더 신부다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교도소의 주임 신부로서 이런 전형적인 모습이 수감자들 앞에서 숲의 아버지의 위엄을 유지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기도의 말의 깊은 의미를 물으면, 그는 예상외로 당신에게 교회의 상품을 판매했다. 물론 「받은 돈은 당연히 교회에 낼 예정」이라고 덧붙여 설명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옛말에 「숲의 아버지는 발밑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원래는 「가장 낮은 곳의 가난한 이들이 숲의 아버지에게 기도해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였지만, 지금의 앤더슨에게는 다른 해석이 더 들어맞는다. 아버지의 전당에 앉아있는 자가 하필이면 가장 신앙심이 없는 사람이었다니.
교회 고아원에서 자란 앤더슨은 조용하고 내성적이었으며,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에도 무관심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어떤 열망이나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숲의 아버지의 정원에서 살면서도, 마치 태양이 결코 비추지 않는 꽃과 같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말레나를 만난 날 바뀌었다.
말레나는 앤더슨이 있던 고아원에 새로 부임한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상냥하고 아름다웠으며, 어린 앤더슨과 나이 차이가 그리 많이 나지 않았음에도 넘치는 모성애로 아이들을 대했다. 그녀의 존재는 앤더슨을 포함한 고아원 아이들의 메마른 마음에 단비처럼 스며들어 치유해주었다. 한때 우울했던 앤더슨의 얼굴에도 점차 미소가 떠올랐고, 그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렜다. 복잡한 감정 속에서 앤더슨에게 그녀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어머니이자 첫사랑이었다.
그러나 흔히 그렇듯, 즐거웠던 시간은 끝을 맞이했다. 숲의 아버지가 봄뿐만 아니라 겨울도 창조했듯이 말이다. 몇 년 후, 말레나는 불치의 병에 걸렸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온화한 미소로 아이들을 치유했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치유해줄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 저는 숲의 아버지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그분이 정말 존재한다면, 어째서 말레나처럼 선하고 경건한 신자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는 걸까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몇 년 후, 성년이 되기 직전의 앤더슨은 수련 신부가 되었다. 신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생활 환경 때문에 신부의 길을 택하거나, 고아원을 나와 홀로 생계를 꾸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고아원에서 십수 년을 보낸 그에게 이곳은 인생의 전부였고, 이곳에 머무는 한 봄꽃 속에 섞인 말레나의 잔향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숲의 아버지를 진정으로 믿지 않는 신부는 십수 년간 무의미한 나날을 보냈다. 앤더슨의 삶은 오랫동안 지루함과 자기혐오로 가득했고, 그 단조로움은 끝이 없을 것만 같았다.
「또다시 평범한 설교를 하던 중, 메피스가 저를 알아보더군요. 그가 고아원에서 쫓겨난 후 십수 년 만의 재회였습니다.」
앤더슨이 언급한 메피스는 고아원 시절의 놀이 친구였다. 「놀이 친구」라는 말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시 외톨이 앤더슨과 놀아주려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기에, 둘은 기껏해야 아는 사이 정도였다. 메피스는 어릴 때부터 말썽꾸러기였고, 고아원 밖의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며 담배, 술, 심지어 정체불명의 약물까지 고아원으로 몰래 들여와 다른 아이들에게 팔았다. 신부에게 발각되자, 그는 변명 한마디 없이 고아원에서 쫓겨나는 벌을 받아들였다. 그 후 그는 길거리에서 어린 나이에 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비범한 담력과 운에 의지하여 마침내 두각을 나타냈다. 지금 메피스는 한 갱단의 간부로 성장해 '타락한 천사들' 클럽을 포함한 상당한 영역을 손에 쥐고 있다.
메피스는 앤더슨이 신부가 되었다는 말에 의아하게 생각했다. 앤더슨이 말레나 사건 이후 숲의 아버지의 존재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메피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앤더슨에게 고행과 같은 지루한 삶을 그만두라고 설득했다. 대신 자신과 함께하면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내 앤더슨은 교회에서의 권력과 인맥을 이용해 측백나무 교구의 자선 활동을 메피스가 운영하는 재단에 맡기기 시작했다. 교회 건물 개조나 서적 등의 물품 구매 계약 또한 일반적인 입찰 과정을 생략하고 메피스 소유의 회사에 직접 하청을 주었다. 한편 메피스 또한 이 성스러운 돈줄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앤더슨에게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교회의 재산 심사를 피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인맥을 통해 스티븐스라는 가짜 신분도 만들어주었다.
「아마도 교회에 너무 오래 있었던 탓인지, 저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그런 장소를 편하게 여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메피스는 '오늘 새로 온 여자가 있으니 꼭 한번 만나봐라, 분명 놀랄 테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메피스가 말한 새 여자는 '타락한 천사들'의 댄서 아이리스였다. 앤더슨은 그녀를 본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이리스는 말레나와 모든 면에서 똑같았다. 외모, 목소리, 몸짓까지. 앤더슨은 완전히 넋을 잃었다.
「이것은 분명 숲의 아버지의 속죄입니다. 죽기 전에 말레나를 다시 제게 돌려보내 주신 것이죠.」
그날 이후, '타락한 천사들'은 앤더슨이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참된 교회가 되었다. 그는 메피스에게서 받은 돈을 거의 전부 클럽에 쏟아부었고, 아이리스의 생일에는 그녀를 위해 교외의 별장을 빌려주기까지 했다. 그는 잔혹한 현실에 의해 헤어진 자신과 '말레나'가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하는 환상을 품었다.
그러나 환상은 부풀어 오르는 거품처럼, 손대려 하는 순간 흔적도 없이 부서진다. 아이리스는 그의 접근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어린 여자아이의 눈에 앤더슨은 그저 괴상한 취향을 가진 중년 손님에 불과했을 것이다. 아이리스의 공연이 끝날 때마다 앤더슨의 마음은 텅 빈 듯 허전했다. 그곳에는 말레나가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 후의 일은 당신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리스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그는 시장의 운전수였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더 이상 이상한 손님에게 시달리지 않도록, 그는 앤더슨에게 말로 경고했다. 어쩌면 앤더슨은 아이리스가 말레나가 아니라는 것을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에, '타락한 천사들'에 더 이상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신앙이 사람들을 복종시키는 방식입니다... 먼저 모든 것을 빼앗고, 한 줄기 희망을 주어놓고는, 그것을 붙잡으려 할 때 다시 빼앗아 갑니다. 결국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고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거죠. 마치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우리는 바람에 순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앤더슨이 목사직에서 물러난 후, 당신은 그의 후임인 엔리케 신부에게 그의 범죄를 보고했다. 위장 신분을 사용해 사유 재산을 숨긴 것부터,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교회의 자선 활동 자금을 횡령한 것까지, 모든 것을 그에게 알렸다.
엔리케는 존경받는 앤더슨 신부가 정말로 그런 잘못을 저질렀을 리 없다고 믿고 싶지 않아 했지만, 중앙 교구 감독 위원회에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든 것이 드러나면, 앤더슨은 시들고 누렇게 변한 잎사귀가 땅에 떨어져 퇴비가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듯이, 교적 박탈과 기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