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늑대 펜리르를 만나기 전까지, 당신은 여러 번 그 남자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아무리 대담한 예상이라도 지금 와서는 소박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왜냐하면 펜리르는 신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거대한 짐승처럼 강인하지도 않았고, 회색 털가죽을 두르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남자라는 성별조차 틀렸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는 것은 그저 마르고 여린 소녀... 펜라, 그것이 펜리르의 정체였다.
펜라는 볼더튼의 빈민가에 있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부모님이 헤어지고 어머니와 함께 새아버지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 싸움 소리가 그녀의 유년기 자장가가 되었고, 집 안에 맴도는 담배와 술 냄새와 함께 성인이 될 때까지 자랐다. 펜라는 이 이름뿐인 집을 떠나 홀로 살고 싶었다. 그때 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은 동물 연방의 영화 도시라 불리는 뉴 멀홀랜드에서 온 오디션 초대장이었다. 오디션에 합격한다면, 뉴 멀홀랜드에서 배우로서의 길을 시작할 수 있을 터였다. 처음에는 단역일지라도 지금의 삶보다 수백 배는 나아질 터였다.
하지만 꿈을 쫓는 여정 전에 펜라는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바로 이번 여행 경비였다.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펜라는 홉스 의학 연구소의 임상 시험에 자원했다. 이게 처음이 아니었지만, 만약 자신이 배우로서 성공한다면 이번이 마지막 임상 시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임상 시험은 순조로웠고, 곧 끝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몸의 이상조차 느끼지 못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느낌일 뿐이었다. 홉스 의학 연구소의 앵거스 박사는 펜라의 혈액과 신약이 결합한 대사물에서 신형 단백질 감염성 인자를 발견했고, 그 단백질 감염성 인자가 끔찍한 치사율과 감염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중요한 과학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앵거스 박사는 펜라를 연구소 안에 감금했다. 하지만 정보가 유출된 탓인지, 무장 집단이 연구소를 습격했다. 펜라의 존재는 찾지 못했지만, 그들은 박사를 죽이고 화재를 일으켰다. 이후 펜라는 비밀리에 볼더튼 교도소로 이송되었지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자유를 잃은 고통뿐만이 아니라 연구소보다 훨씬 더 가혹한 약물 실험이었다. 그 실험의 부작용으로 펜라의 회색이었던 털은 시들어 누렇게 변해버렸다.
이 죄 없는 소녀를 보고 웨슬리의 여동생 말라와 웨슬리가 당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 것인지, 아니면 잠입 수사관이 되기 이전의 자신의 임무를 떠올린 것인지... 당신은 반드시 이곳에서 펜라를 구해내겠다고 약속했다. 펜라가 이름을 물었을 때, 당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밥... 경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