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계심 높은 카피바라는 수감되기 전에는 경찰 형사였는데, 이곳에서는 가장 기피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나쁜 놈들을 잡았고, 그중 일부는 이 교도소에 갇혀 있다.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버나드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로, 상당히 요령 있게 일해 왔다. 이익보다 안전을 중요시했던 그는 양아치들에게 돈을 뜯어내거나 갱단에게 뇌물을 받는 일은 일상다반사였다. 하지만 막상 큰 사건을 맡기면 늘 휴가를 내거나 잠적했다. 요컨대, 그는 결코 좋은 형사라고 할 수 없는 자였다.
2년 전 어느 날,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파트너가 정년퇴직하여 버나드는 새로운 파트너를 배정받았는데, 그가 바로 경찰학교를 갓 졸업한 마멋 데이비드였다. 이 젊은 녀석은 버나드를 몹시 곤란하게 만들었다. 데이비드의 올곧은 성격 때문에 버나드는 더 이상 사리사욕을 채울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의욕 넘치는 데이비드는 경찰서에서 출세하려 했고, 버나드 몰래 서장에게 큰 사건까지 맡아오곤 했다. 이는 안전 제일을 모토로 삼는 버나드와는 도무지 맞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버나드 데이비드의 정의감에 감화되어, 이 젊은 녀석을 돕고 싶어졌다. 이리하여 데이비드의 용맹함에 버나드의 노련한 요령이 더해져, 두 사람은 수많은 대사건을 해결했고, 순식간에 경찰서의 최강 콤비가 되었다.
버나드가 다시 한번 경력의 상승기를 맞이한 것을 기뻐하고 있을 때, 또다시 골치 아픈 사건이 터졌다. 매우 흉포한 데다, 범행 후에는 반드시 경찰서에 범행 예고를 보내 경찰을 도발하는 이상 살인범, 「퍼즐」이 나타난 것이다. 데이비드는 자청해서 이 사건을 맡았지만, 상대의 교활함 때문에 수사는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버나드는 범인이 남긴 수수께끼를 풀 수 없어 실의에 빠져 술에 절어 살게 되었지만, 지기 싫어하는 데이비드는 하는 수 없이 혼자서 수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며칠 후, 숙취에서 깨어난 버나드는 우편함에 들어 있는 범행 예고를 발견했다. 이번 수수께끼는 놀랄 만큼 간단했고, 버나드는 순식간에 답을 찾아냈다. 그러나 그 찰나의 기쁨은 순식간에 공포로 변했다. 왜냐하면 답이 가리키는 피해자는 다름 아닌 데이비드였기 때문이다.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버나드는 즉시 차를 몰고 데이비드의 집으로 향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데이비드의 상처투성이 시체만 남아 있었고, 그 입에는 '게임은 끝났다. 즐거웠어'라고 쓰인 메모가 들어 있었다.
경찰서로 돌아온 버나드는 데이비드의 죽음을 후회하며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고 맹세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퍼즐이라는 녀석이 제 발로 자수해 왔다. 아무래도 그는 정신병원에서 도망친 환자로, 경찰에 잡혀도 병원으로 돌려보내질 뿐이라고 얕잡아 본 모양이었다.
호송차에 타기 직전, 퍼즐은 웃으며 마지막 수수께끼를 남겼다. 「경찰이 영원히 잡을 수 없는 범인이 누군지 알아? 정답은 자수한 범인이야! 아하하하!!」 그리고 그 승리 선언과도 같은 웃음소리가 경찰서에 울려 퍼졌다.
그는 분명 승리했다. 게다가 완벽한 승리였다. 하지만 승자인 그는 결국 호송차에 탈 수 없었다. 왜냐하면 패자가 쏜 총탄에 머리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